
상담사 인사
이 길을 걸어온 지도 어느덧 15년이 되어갑니다.
후드티에 모자를 깊게 눌러쓴 채
고개 숙여 소리 없이 울며 내려가던 그날이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납니다.
“왜 나일까… 왜 나지…”
수없이 되뇌었습니다.
어린 시절,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골목 입구부터
장구 소리와 징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신복을 입고 칼을 들고 뛰고 계시기도 했고,
어떤 날은 작두를 타고 계셨고,
또 어떤 날은 처음 보는 사람들을 끌어안고
하염없이 통곡하고 계셨습니다.
그땐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분은 제 어머니였습니다.
어느 날 학교 친구가 말했습니다.
“쟤 엄마 무당이래.”
그 말을 듣는 순간
친구를 깔고 앉아 때렸습니다.
그리고 그날, 처음으로 엄마에게 맞았습니다.
신당 한켠에서
몰래 눈물을 훔치시던 엄마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그러던 엄마가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아픈 몸을 이끌고도
끝내 멈추지 않으셨습니다.
병상에 누워 계시면서도
항상 저를 바라보며
붉어진 눈시울로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딸 불쌍해서 어떡하니…”
대학을 포기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한 달 만에
엄마는 제 곁을 떠나셨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고난’이라는 시간이 시작된 건.
가족, 건강, 일, 친구, 사업, 결혼, 이혼까지…
삶은 단 한 번도 제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습니다.
정말 많이 힘들었습니다.
멈추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었습니다.
어느 날 유명하다는 분께 점을 보러 갔습니다.
“결국 이 길을 가야 산다.”
그 말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신굿을 한 지 3일째 되던 날,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점 보러 가도 될까요?”
간판도 없었고, 명함도 없었고,
가족도 친구도 아무도 모르던 때였습니다.
첫 손님은 한복집 사장님이셨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길이
어느덧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제 기억 속에 늘 살아 계신 어머니가 걸어가셨던 길.
이제는 제가 그 길을 걷고 있습니다.
가족, 건강, 일, 친구, 사업, 결혼, 이혼, 자녀…
고난 속에서 제가 직접 부딪히고 해결해야 했던 일들이
지금은 누군가의 현재 삶이 되어
제 앞에 놓여 있습니다.
저는 지나온 시간 동안
누군가의 아픔을 듣고,
고통을 함께 풀어가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제는 세상 밖으로 한 걸음 나와보려 합니다.
흐름에 뒤처져 살아가기보다
세상과 함께 흘러가 보려 합니다.
혼자 아파하지 마세요.
저와 함께,
당신의 이야기도 하나씩 풀어가 보실래요?